벤처 4대 강국 도약 전략, 스타트업 1만 개·모험자본 40조 원 시대 열린다
정부가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국가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본격적인 판을 키우겠다는 구상을 내놓았습니다. 연간 벤처투자 규모를 40조 원까지 확대하고, 2030년까지 AI와 딥테크 중심의 스타트업 1만 개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단순한 창업 지원을 넘어, 유니콘과 데카콘을 체계적으로 키워 ‘벤처 4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가 분명히 드러난 대책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1. 스타트업 1만 개 육성, AI·딥테크 중심으로 판이 커진다
이번 ‘벤처 4대 강국 도약 종합대책’의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AI와 딥테크를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 1만 개 육성 계획입니다. 정부는 향후 확보할 5만 장 규모의 GPU 가운데 일부를 벤처·스타트업의 연구개발과 실증에 전략적으로 배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AI 개발에서 가장 큰 장벽으로 꼽히는 연산 자원 문제를 정책적으로 풀겠다는 의미로, 단순 자금 지원과는 차원이 다른 접근입니다.
정책 초점 역시 기존보다 훨씬 명확해졌습니다. AI, 바이오, 콘텐츠, 방산, 에너지, 첨단 제조 등 6대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지원 정책을 재편하고,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에는 단계별로 대규모 자금과 보증을 연계해 제공할 계획입니다. 차세대 유니콘 프로젝트를 통해 기업당 최대 1,000억 원 규모의 투자와 보증을 지원하고, 2030년까지 총 13조5,000억 원을 집중 투입하겠다는 구상도 포함됐습니다.
이는 ‘창업 숫자 늘리기’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선별적으로 키우겠다는 방향 전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부가 벤처 생태계를 단기 경기 부양 수단이 아닌, 중장기 산업 전략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2. 지방 벤처·재도전까지 포함, 혁신의 저변을 넓히는 구조
이번 대책의 또 다른 특징은 수도권 중심의 벤처 생태계를 넘어, 지역과 사회 전반으로 혁신을 확산하겠다는 점입니다.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1차관이 강조했듯, “지방 벤처도 투자를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메시지가 정책 전반에 반영돼 있습니다. 모태펀드를 활용한 지역성장펀드 조성과 함께, 일반 모태자펀드에도 지역 투자 의무비율과 인센티브를 도입해 민간 자금이 자연스럽게 지방 벤처로 흘러가도록 설계했습니다.
재도전 정책 역시 한층 강화됩니다. 정부는 ‘재도전 응원본부’를 신설해 실패 경험이 있는 창업자의 재기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전국 19곳의 재도전 종합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재도전에 우호적인 창업 문화를 확산하겠다는 계획입니다. 2030년까지 1조 원 규모의 재도전 펀드를 조성하고, 기존에 보증채무를 상환하지 못했던 창업자가 재창업한 신설 법인에도 기술보증을 제공하는 방안도 포함됐습니다.
이는 실패를 개인 책임으로 돌리기보다는, 경험 자산으로 인정하겠다는 정책적 메시지로 해석됩니다. 벤처 선진국들이 공통적으로 갖춘 ‘실패 후 재도전이 가능한 구조’를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드러난 대목입니다.
3. 모험자본 40조 원 확대, 유니콘·데카콘 체계적 육성
정부는 벤처 생태계의 핵심 동력인 모험자본을 연간 40조 원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습니다. 이를 위해 모태펀드에 연기금·퇴직연금 전용 국민계정을 신설하고, 모태펀드가 손실을 우선 부담하는 구조를 통해 민간 자본의 참여 문턱을 낮추겠다는 방침입니다. 또한 범부처가 참여하는 모태펀드 운용위원회를 구축해, 운용의 투명성과 전략성을 동시에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유니콘과 데카콘 육성을 위한 기준도 정부 주도로 새롭게 마련됩니다. 기존에는 CB인사이트 등 글로벌 리서치 기관 기준에 의존해 왔지만, 정보 반영 지연과 환율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이 문제로 지적돼 왔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관리 가능한 자체 기준을 수립하고, 현재 15개 수준인 유니콘 기업을 50개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번 대책은 단순한 예산 확대가 아니라, 벤처 투자 구조와 기준 자체를 재설계하려는 시도로 평가됩니다. 모험자본의 규모와 방향성이 동시에 바뀐다면, 국내 벤처 생태계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도약’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2030년을 향한 이번 구상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앞으로의 실행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