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관망세 지속, 서초 전세값 4년 반 만에 최대 상승
서울 아파트 시장이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한 채 관망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전세시장은 지역별로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서초구 전세가격이 4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면서 매매와 전세 시장의 온도 차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대출 규제와 갭투자 차단 정책 이후,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가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는 점에서 이번 주간 통계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1.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오르긴 했지만 ‘관망세’가 더 강하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2월 셋째 주 주간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8% 상승하며 전주와 동일한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수치상으로는 상승이 이어지고 있지만, 상승폭이 확대되기보다는 일정 수준에서 멈춰 있는 모습입니다. 12월 첫째 주 0.17%에서 둘째 주 0.18%로 소폭 커진 이후, 셋째 주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하며 시장 전체가 관망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강북 14개 구는 0.13% 상승해 전주와 같았고, 강남 11개 구는 0.22% 올라 전주(0.23%)보다 상승폭이 다소 줄었습니다. 이는 거래를 서두르기보다는 상황을 지켜보려는 심리가 서울 전반에 깔려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부동산원 역시 시장 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개발 기대가 있거나 대단지·신축 등 선호도가 높은 단지를 중심으로만 국지적인 상승 거래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용산구, 성동구, 광진구, 마포구 등은 입지나 개발 기대감이 있는 지역 위주로 가격이 올랐고, 강남권 역시 송파, 서초, 동작 등 일부 지역에서만 제한적인 상승이 관측됐습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떨어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사기도 어렵다”는 현장의 체감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입니다.
2. 수도권·지방은 온도 차, 핵심 지역만 선택적으로 움직인다
수도권에서도 지역별 온도 차는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경기 지역에서는 분당, 수지, 과천 등 이른바 핵심 주거지의 상승폭이 눈에 띄게 확대됐습니다. 성남 분당구와 용인 수지구는 각각 0.43% 상승하며 선호 단지 중심으로 매수세가 이어졌고, 과천시 역시 대단지를 중심으로 0.38% 오르며 강세를 보였습니다.
반면 파주, 부천 일부 지역처럼 수요 기반이 약한 곳에서는 여전히 하락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수도권 내에서도 ‘될 곳만 되는’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인천은 전주 대비 0.03% 오르며 상승세는 유지했지만, 상승폭은 다소 둔화됐습니다. 송도, 학군지, 역세권 등 특정 조건을 갖춘 지역 위주로만 가격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지방 역시 전체적으로는 0.02% 상승하며 완만한 회복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울산은 상승폭이 확대됐고, 부산과 세종도 소폭이지만 상승세를 유지했습니다. 특히 세종은 전세와 매매 모두에서 회복 신호가 이어지며 그동안의 급락 이후 바닥을 다지는 모습으로 해석됩니다. 다만 지방 역시 전반적인 회복이라기보다는, 일부 도시와 단지 중심의 제한적인 움직임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3. 서초 전세값 급등, 강남권으로 몰리는 전세 수요
이번 주 통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전세시장입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16% 상승하며 상승폭이 소폭 확대됐고, 그중에서도 서초구 전세가격은 0.58% 올라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2021년 6월 이후 약 4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입니다.
서초구에서는 잠원동과 반포동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전세 수요가 빠르게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전세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갭투자가 사실상 전면 차단되면서 자금 여력이 있는 세입자들이 보다 안정적인 강남권 전세로 이동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전세 물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학군과 주거 여건이 좋은 지역에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빠르게 나타난 셈입니다.
부동산원은 매물 부족이 지속되는 가운데, 학군지와 역세권 등 정주 여건이 우수한 단지를 중심으로 임차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매매시장은 관망세를 보이지만, 전세시장은 이미 수요가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매매 시장의 방향을 가늠하는 선행 지표로 볼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이 언제 다시 움직일지, 그 실마리는 전세시장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