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금융 전환, 금융자원 재배분 필요

금융권 사진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생산적금융이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시장과 정책 현장에서는 답답함이 짙게 번지고 있습니다. 금융자원이 가계대출과 부동산담보대출에 과도하게 몰린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첨단산업과 벤처로의 ‘생산적금융 전환’은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결국 금융자원 재배분을 통해 돈이 ‘집’이 아니라 ‘산업과 혁신’으로 흘러가게 만드는 실행력이 지금 가장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생산적금융 전환이 힘을 못 받는 이유와 구조적 걸림돌

가계대출과 부동산담보대출 중심의 금융 관행은 오랜 기간 매우 익숙하고, 동시에 매우 강력했습니다. 은행 입장에서 주택담보대출은 담보(집이라는 자산)가 확실하고, 연체 가능성을 비교적 쉽게 계산할 수 있어 “수익 대비 위험”이 낮게 느껴집니다. 반면 첨단산업·벤처·스타트업 분야는 기술과 시장이 빠르게 바뀌고, 실적이 안정화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며, 담보로 잡을 자산도 충분치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금융권의 돈이 ‘확실한 담보가 있는 곳’으로 움직이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결과이기도 합니다. 다만 문제는 그 자연스러운 흐름이 국가 전체의 성장 잠재력에는 불리하게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생산적금융은 말 그대로 “생산과 혁신을 늘리는 금융”을 뜻합니다. 쉽게 풀어 말씀드리면, 집을 사는 데 쓰이는 돈이 아니라 공장·기술·연구개발·신사업·고용 같은 실물 활동을 키우는 데 쓰이는 자금입니다. 이런 자금이 충분히 공급되면 기업은 투자를 확대하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나오며,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 경제 체질이 탄탄해집니다. 그런데 생산적금융 전환이 지체되는 현장 요인은 생각보다 촘촘합니다. 대표적으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 **리스크 평가의 한계**: 혁신기업은 담보보다 ‘기술력’과 ‘성장성’이 핵심인데, 이를 숫자로 정교하게 평가하는 체계가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습니다. - **규제·감독의 압력**: 금융사는 건전성 지표(부실 위험 관리)를 매우 중시합니다. 벤처 대출이 늘수록 단기적으로 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어 소극적일 수 있습니다. - **부동산 시장의 관성**: 부동산 가격과 거래가 금융과 얽히면서, 금융권은 기존 수요에 계속 대응하게 됩니다. - **성과 측정의 어려움**: 생산적금융은 성과가 중장기적으로 나타나므로, 단기 실적 중심의 평가 문화와 충돌하기 쉽습니다. 결국 생산적금융 전환은 “금융이 위험을 감수하고 미래에 베팅하도록 만드는 정책 설계”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대출 목표치를 제시하는 방식만으로는, 현장의 위험회피 성향을 뚫기 어렵습니다.

금융자원 재배분 필요가 커진 배경: 돈의 방향이 성장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지금 금융자원 재배분 필요가 강조되는 이유는 단순히 ‘산업을 돕자’는 선언을 넘어서, 한국 경제의 성장 경로 자체가 갈림길에 섰기 때문입니다. 금융자원은 경제에서 혈액과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혈액이 근육과 장기에 고르게 돌지 못하고 한 부위에만 몰리면 몸 전체가 약해지듯, 자금이 부동산 담보 중심으로 과도하게 집중되면 산업 생태계의 다양성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금융자원 재배분”이라는 표현이 다소 어렵게 들리실 수 있는데, 쉽게 말해 **시중의 돈이 흘러가는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는 일**입니다. 즉, 가계부채를 더 늘리는 대출보다 생산·투자·기술로 이어지는 자금 공급이 더 매력적이고, 더 안전하며, 더 확산되도록 유도하자는 취지입니다. 특히 첨단산업과 벤처는 초기 자금이 성패를 좌우합니다. 연구개발(R&D)과 인력 확보, 공정 전환, 해외 시장 진출, 특허 확보 등은 한 번의 타이밍을 놓치면 따라잡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그런데 담보 중심 금융 관행에서는 혁신기업이 필요한 시점에 투자금을 충분히 조달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기술이 사장되거나 해외로 빠져나갈 위험이 생깁니다. 이 지점에서 정책은 두 가지 균형을 고민해야 합니다. 첫째, 가계부채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도 둘째, 미래 성장에 필요한 자금 흐름을 확실히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 담보 대출을 무작정 억누르는 방식”보다는, **혁신 분야로 자금이 갈 때 더 합리적인 보상과 안전장치가 제공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방식이 논의될 수 있습니다. - **기술·매출 기반 평가 확대**: 담보가 아닌 기술성과 매출 가능성을 바탕으로 신용을 평가하는 체계를 강화합니다. - **정책금융의 마중물 역할**: 정책금융이 초기 위험을 일부 부담하여 민간자금이 따라오도록 길을 엽니다. - **보증·보험의 정교화**: 벤처 대출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보증 비율, 보험 구조를 업종·단계별로 세분화합니다. - **회수시장 강화**: 투자가 ‘회수(엑시트)’로 이어지도록 IPO, M&A 시장 환경을 개선해 자금 선순환을 만듭니다. 금융자원 재배분 필요는 결국 “한정된 돈을 어디에 먼저 투입할 것인가”라는 선택의 문제이며, 그 선택이 한국 경제의 다음 10년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절박하게 다가옵니다.

생산적금융과 금융자원 재배분을 동시에 이루는 실행 로드맵

생산적금융을 실질적으로 확대하려면 ‘의지’뿐 아니라 ‘도구’가 필요합니다. 즉, 금융권이 체감할 수 있는 유인체계와 위험관리 장치, 그리고 시장의 신뢰를 얻는 실행 순서가 함께 설계되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생산적금융 확대가 “선의에 기대는 캠페인”으로 비치지 않도록, 매우 촘촘하고 현실적인 정책 패키지로 작동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선, 은행권이 혁신 분야 대출을 늘릴 수 있도록 평가·감독 기준이 정교해져야 합니다. 기술기업은 부동산처럼 즉시 처분 가능한 담보가 부족하니, **기술 가치평가(기술의 경제적 가치 예상)**, **미래 현금흐름(향후 벌어들일 돈의 흐름) 기반 심사**,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 같은 방식이 보편화될수록 자금 공급이 확대될 여지가 큽니다. 이런 방식은 어렵게 들리지만, 요지는 간단합니다. “지금 가진 담보”가 아니라 “앞으로 벌 능력”을 더 정확히 보자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정책금융은 ‘대체재’가 아니라 ‘촉진제’로 작동해야 합니다. 정부나 정책금융기관이 자금을 직접 다 대는 방식은 시장을 왜곡할 수 있으므로, 민간 금융이 따라 들어올 수 있게 위험의 일부를 분담하는 구조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기술기업 대출의 일정 부분을 보증해 주거나, 손실이 났을 때 일정 범위에서 흡수해 주는 장치가 있으면 금융권의 문턱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또한 금융자원 재배분을 이루려면 부동산 대출 비중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는 유도책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때 핵심은 단순 억제가 아니라, 은행이 스스로 포트폴리오(자산 구성)를 바꾸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다음과 같은 정책 조합이 현실적입니다. - **인센티브 기반 목표 설정**: 생산적금융 공급 실적이 좋은 금융사에 규제·평가 측면에서 합리적 우대를 부여합니다. - **업종·성장단계 맞춤형 자금**: 첨단 제조, 바이오, AI,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 특성을 반영해 상품을 세분화합니다. - **지역 혁신 생태계 연계**: 혁신기업이 수도권에만 몰리지 않도록 지역 대학·연구소·테크노파크와 금융을 촘촘히 연결합니다. - **벤처·중소 회수 경로 확장**: M&A 촉진, 코스닥·코넥스 제도 개선 등으로 투자 회수 가능성을 높여 자금이 다시 시장으로 돌아오게 합니다. 여기에 더해, 시장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성과 측정 체계도 필요합니다. 생산적금융의 성과는 단순 대출 잔액이 아니라, 고용 증가, 매출 성장, 수출 확대, 특허·기술 경쟁력 강화 같은 실물 지표로 평가되어야 설득력이 커집니다. 그래야만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는 것이 편하다”는 관성을 넘어, “산업으로 돈을 보내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공감대가 넓게 형성될 수 있습니다. 결국 생산적금융과 금융자원 재배분은 따로 움직이는 과제가 아니라, 동시에 맞물려야 효과가 커집니다. 한쪽은 ‘성장으로 가는 문’을 넓히는 일이고, 다른 한쪽은 ‘돈의 흐름을 바꾸는 교통정리’이기 때문입니다.

결론

생산적금융이 힘을 받지 못하는 현실은, 금융자원이 가계대출·부동산담보대출로 쏠린 구조적 관성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핵심은 첨단산업과 벤처로의 생산적금융 전환을 말로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금융자원 재배분이 실제로 일어나도록 평가체계·정책금융·보증장치·회수시장까지 함께 손보는 데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정교하고 꾸준하게 추진될 때, 금융은 부동산 중심의 익숙한 길에서 벗어나 혁신과 성장의 길로 보다 힘차게 흘러갈 수 있습니다. 다음 단계로는 정부의 세부 실행안(평가·감독 기준 변경, 정책금융 공급 방식, 인센티브 설계)이 어떤 일정으로 나오는지 확인하시고, 금융권이 실제로 출시하는 첨단산업·벤처 특화 상품과 투자 프로그램이 늘어나는지 흐름을 점검해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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